매일읽기 49 기타 2020. 4. 9. 20:49

듣고 보면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다 죽을 계절, 죽기 좋은 날씨, 죽을 수밖에 없는 날들이 된다. 그러니 산 사람이 죽은 이와 작별하는 게, 누군가가 세상을 등지는 게 실은 밥 먹고 차 마시는 일과 다르지 않은 셈이다.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이라고 해도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라니. 눈앞에 보이는 가까운 그 길, 언젠가는 나도 가야할 길. 아직은 살아 있는 사람들과 부고를 주고 받으며 우리는 자주 장례식장에서 인사를 나눴다.
<엄마의 죽음은 처음이니까, 권혁란>p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