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읽기 51 기타 2020. 4. 27. 14:51

"징역살이야, 징역살이."
고향 집에서 아들 며느리와 같이 사는 날들을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징역살이라고 말했지만 이윽고 막내딸 집에서도 똑같이 징역살이하는 것처럼 부자유하다는 것을 엄마는 알아차렸다. 딸이 며느리보다 더 다정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딸도 교도소 간수만큼 모질게 닦달할 수 있다는 것을 엄마는 깨달았다. 고향 집보다 더 좁고 며느리보다 더 나을 것도 없는 딸네 집에서 우두커니 앉아 해다주는 마뜩잖은 밥이나 겨우 먹고 부대끼며 사는 것이 더 나을 것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엄마는 더 이상 우리집에 오지 않았다.
<엄마의 죽음은 처음이니까, 권혁란>p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