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읽기 50 기타 2020. 4. 19. 01:05

"엄마는 내 엄마잖아." 발인 날 스리랑카로 떠나서 26일이 지난 후에 넝마처럼 너덜너덜해져 돌아온 다음 날, 딸이 내게 말했다.
"난 엄마의 엄마보다 엄마가 진짜 내 엄마니까. 엄마가 그 자리에 없어서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엄마는 내 엄마니까 엄마가 덜 슬플 수 있는 게 나는 좋았어. 엄마가 거기서 외할머니 화장하는 거 다 봤으면 너무 슬퍼서 쓰러졌을 거야. 그건 그냥 보기만 해도 절절히 슬픈 장면이더라. 엄마는 엄마의 엄마니까 얼마나 슬펐겠어. 큰 이모는 너무 울어서 죽을까 봐 걱정될 정도였어. 엄마 대신 내가 가서 할머니 보내드려서 다행이야. 엄마는 내 엄마니까 슬픈 거 안 보게 해서 나는 정말 다행이었어"
엄마는 내 엄마니까. 위로해주듯 울면서 딸이 말했다. 발인 날부터 계속 그동안 못 운 울음이 뒤늦게 솟구쳐서 하, 넋을 놓고 울다가 여기저기 부딪혔다. 밥상에도 치다 박고 화장실 벽에도 쿵쿵 찌었다. 눈알이 빠질 것처럼 튀어나왔고 머리통이 며칠동안 우우, 하고 아팠다. 머리카락이 죄다 뽑히는 것처럼 두피가 들들 떴다. 차라리 화장하는 걸 봤더라면 나았을 것 같았다.
없어짐. 완전한 소멸. 엄마는 어디 있어? 묻고 싶었다. 오늘 밤은 12시 30분이 가장 큰 보름달이 뜬다는데 그래도 엄마가 저승(안 믿지만)에서 맞는 첫 생일인데, 아무것도 안 믿어도 그냥 옛날처럼 달구경이나 하러 나갈까. 엄마에서 엄마로 딸에서 딸로 이어지는 이 고리의 끈을 잡고 달이나 보러 갈까.
<엄마의 죽음은 처음이니까, 권혁란>p2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