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일기 40 기타 2020. 2. 25. 09:05

육지에서 귀농 귀촌을 비슷하게 내려온 분들과 일을 하다보면 공통적인 부분이, 시키는 일을 제대로 못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는 것이다. 자기 편한 대로 하거나, 초보인 자기가 스스로를 결정한 방식으로 일하기 일쑤고, 남의 말도 잘 듣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는 모습도 많다. 결국은 묻지 않아도 될 일은 묻고, 물어봐야 하거나 자세히 살펴봐야 할 일들은 스쳐 지나쳐버린다.
이런 '불행한 반복'을 몇 년 동안 육지 분들과 일하며 경험했다. 웬만하면 '농업의 현장'에서는 비농업인들과 같이 일하기 어려울 정도다. 비교적 나의 지독한 요청을 그럭저럭 잘 받아들이고 있는 친구여서, 2015년의 봄농사는 그에게도 땅이 제공될 것 같다. 물론 그가 결정한 일이지만 말이다. 초보자가 무슨 시작부터 실전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농사에 아마추어는 없다. 나는 처음이니까 잘 모르니까 실패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실패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최선을 다해 살피고 가꾸고, 공부하며 농사지어도 될까말까한 일을, 스스로 보호할 만한 위장막을 쳐두고 시작하는 농사는 끝이 저절로 보인다.
<나도 땅이었으면 좋겠다>p115-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