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읽기 28 기타 2020. 2. 5. 21:48

'시골' 이란 말은, 할머니가 동구나무 밖에서 버스를 타고 오는 나를 기다리는 곳이 아니다. '농촌' 이란 곳도 벼가 익어가고, 벼를 벤 밭에서 조근조근 이삭을 줍는 곳이 더 이상 아니다. '시골' 이란 말은, 좁은 마을 안에서 누가 돈을 더 잘 벌고, 누가 더 힘이 세고, 누가 누구의 친척이고, 누가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누구를 어떻게 했다는, 그런 약육강식의 터전이다. '농촌' 이란 말은 1억 원짜리 트랙터들이 농로를 다니고, 10만 평 20만 평씩 재배하는 농가들과, 저 멀리 대관령 고냉지에서부터 충청도와 전라도를 돌고돌아 제주도까지 진출한 '노마드 상인 농주' 들이 많은 곳이란 말이다. 적어도 제주에선 그렇다. 오히려 소박한 뜻으로 시골로의 이전을 감행한 귀농인들이 더 시골스럽고, 더 농촌적이다.
<나도 땅이었으면 좋겠다> p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