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읽기 48 기타 2020. 4. 9. 17:55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며칠 전부터 강행해온 일정들과 쌓이는 업무들. 그리고 벌써 몇 번째 낙방 중인 기획서까지.
매일 그림을 그리는 일은 즐겁지만 이만하면 확실히 행복하지 않을만했다.
몇 없는 프리랜서의 축복을 오후까지 이용해보기로 했다. 마트에 가서 좋아하는 술을 사고 이제 막 튀긴 탕수육을 주문해서 받아오는 길은 강풍이 불고 벚꽃잎이 뺨을 사정없이 때렸다. 그렇게 아기 주먹을 닮은 벚꽃들과 연약하고 조심스러운 연둣빛 봄들에게 두들겨 맞는데 문득 웃음이 났다. 재밌게도 내가 귀여운 배경 위에 올려져 있는 것 같아서.
아마 오늘 술은 간지러운 봄의 맛이 날 것 같다.
<동쪽 수집, 초록과 벚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