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읽기 54 기타 2020. 4. 29. 22:28

엄마는 지금 아른 살이 코앞인 '왕 할머니'가 아니라 열다섯 살 소녀처럼 말하고 소리 내고 행동하고 있다. 혹시 노망이 나신 것일까, 가슴이 덜컹거리지만 이 요양원에 오지 않았다면 저렇게 말하지도 노래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손 잡아주는 이도 없었을 것이고 예쁘다고 말해주는 이도 없었을 것이다. 엄마는 원장에게 잡힌 손을 꼭 잡고 오래 놓지 않았다. 아들들은 저렇게 눈을 마주치고 다정하게 오랫동안 엄마의 손등을 쓸어주지 않는다. 두툼하고 따뜻한 손을 가진 남들에게 관심받고 사랑받고 싶어서 말투까지 바꾼 엄마의 속마음이 안쓰럽게 느껴져서 민망한 와중에도 엄마가 이 요양원에 잘 적응한 것 같아서 '다행이야, 참 다행이야'라고 여러 번 생각했다.
<엄마의 죽음은 처음이니까>p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