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읽기 9 기타 2020. 1. 9. 16:56

그날 방송국이나 신문사 등 각 미디어는 이른 아침부터 헬리콥터를 띄워 조유 씨가 출소한 뒤부터 그를 뒤쫓았습니다. 신주쿠의 호텔에서 숙박을 거부당한 그는 결국 요코하마의 교단 시설에 머무릅니다. 진행자도 해설자도 '위험하다'고 비판했지만, 미디어가 그를 교단 말고 돌아갈 장소가 없도록 몰아간 것은 명백했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범죄란 범죄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고름이 그런 형태로 나타난 것이며, 이는 분명 우리와 관계가 있다'는 시점으로 범죄를 보도하는 것이 미디어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논픽션 작가가 범죄자를 제재로 책을 쓸 때도 마찬가지여서 범죄자가 우리와 관계없는 악마 같은 존재라면 써 봤자 의미가 없습니다. 법적으로 제재를 받는다는 전제를 가진 사람에게 사회적으로도 제재를 가하는 것이 텔레비전의 역할은 아니겠지요. 보도의 목적은 범죄나 범죄자를 우리 사회의 '음의 공유재'로 삼아 그러부터 교훈을 얻는다는 태도가 특히 텔레비전에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옴진리교가 일으킨 일련의 사건 이후 미디어도 시민도 그들을 '배제'하는 쪽으로 움직었습니다. 배제야말로 정의를 위협하는 존재가 외부에서 우리를 습격할 때 안전한 우리 사회로 다가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정의다"라고 말하는 것처럼요.
조유씨가 출소하기 며칠 전, 저는 연출 노트에 이렇게 썼습니다.

-12월 24일 (금)
가족이라는 이야기=허구의 붕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옴진리교 사건을 통해 생각한다는 것인가. 어느쪽이든 중요한 건 현실과 허구, 일상과 비일상, 피해자성과 가해자성 등 이중성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는 거겠지-

두 청년의 로드무비로 시작된 세 번째 기획 <디스턴스>는 플롯을 써 나가는 단계에서 이와 같은 사고에 이르렀고, 조유 씨의 연말 출소에 관한 보도를 접하면서 '피해와 가해의 이원론'에 위화감과 반발심을 느낀 제 생각이 짙게 반영되었습니다.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p127-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