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읽기 5 기타 2020. 1. 5. 18:20

제가 다큐멘터리에서 묘사하는 대상의 대부분은 공적인 부분입니다. 그래서 무언가 혹은 누군가를 비판해도 그 비판이 개인에 대한 공격으로 시종일관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그와 같은 개인을 낳는 사회구조 자체를 파악하는 시야의 넓이와 깊이를 소중히 여깁니다.
무론 부수적 형태로 개인적인 부분이 보이는 경우도 있고, 취재자와 피취재자의 관계 속에서 개인적인 부분이 중심이 되는 작품도 만듭니다. 하지만 그것도 개인적인 부분만 찍는 게 아니라, 개인적인 부분 건너편에서 항상 공적인 부분을 바라봅니다. 그러한 시선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방송에서 묘사하는 대상이 열리거나 닫히는 커다란 차이가 생겨납니다.
'우연히 내가 카메라를 드는 쪽이 되었고 당신이 찍히는 쪽이 되었지만, 그로써 만들어지는 작품 혹은 프로그램에서 서로의 노력으로 뜻깊은 공적 장소와 공적 시간을 창출해 나가는 것, 그것이 방송이다'라는 사고방식이 만약 성립한다면, 취재자와 피취재자가 대립하지 않고 같은 철학을 바탕으로 방송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물론 권력은 별개입니다. 경찰이나 정치가 등 공적 입장에 있는 사람을 상대할 때는 도촬이나 전화 도청 등도 필요하다면 해야합니다. 그로 인해 고소를 걸어오면 당하면 되고, 재판을 해서 패소해도 됩니다. 그런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는 그래도 찍어야 할 것은 찍는 다는 각오가 필요합니다.)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p074-075

매일 읽기 4 기타 2020. 1. 4. 12:35

그 장면들은 자기표현 욕구라기보다 오히려 자신의 이야기와 재현되는 것 사이의 엇갈림, 또는 자신의 이야기와 기억의 엇갈림을 본인이 알아차리고 어떤 행동을 취하는 순간이었으며, 제가 바란 것 이상으로 생성의 순간 혹은 다큐멘터리였습니다.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고레에다 히로카즈> P044

매일 읽기 3 기타 2020. 1. 3. 00:38

도쿄 국제영화제 참석차 일본에 와 있던 허우샤오시엔 감독을 만났을 때 이렇게 정곡을 찔려서, "그렸습니다. 자신이 없어서요"라고 대답하자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어디에 카메라를 둘지는 그 사람의 연기를 현장에서 지켜본 뒤에 비로소 정해지는 게 아닌가. 당신은 다큐멘터리를 찍었으니 알겠지?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고레에다 히로카즈>P027

하지만 그 영상이 제게는 '발견'이었습니다. 편집을 시작했더니 상영용으로 찍은 추억 재현 필름보다 일반인이 추억을 이야기하고 재현 장소에 서서 고민하는 메이킹 영상이 더욱 생생하고 리얼했습니다. 다시 말해 그것은 '재현'이 아닌 '생성'이었습니다. 그래서 방침을 바꾸어 메이킹 영상을 영화에 남기고, 추억 재현 필름은 작품에는 넣지 않기로 했습니다.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고레에다 히로카즈>P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