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읽기 5 기타 2020. 1. 5. 18:20

제가 다큐멘터리에서 묘사하는 대상의 대부분은 공적인 부분입니다. 그래서 무언가 혹은 누군가를 비판해도 그 비판이 개인에 대한 공격으로 시종일관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그와 같은 개인을 낳는 사회구조 자체를 파악하는 시야의 넓이와 깊이를 소중히 여깁니다.
무론 부수적 형태로 개인적인 부분이 보이는 경우도 있고, 취재자와 피취재자의 관계 속에서 개인적인 부분이 중심이 되는 작품도 만듭니다. 하지만 그것도 개인적인 부분만 찍는 게 아니라, 개인적인 부분 건너편에서 항상 공적인 부분을 바라봅니다. 그러한 시선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방송에서 묘사하는 대상이 열리거나 닫히는 커다란 차이가 생겨납니다.
'우연히 내가 카메라를 드는 쪽이 되었고 당신이 찍히는 쪽이 되었지만, 그로써 만들어지는 작품 혹은 프로그램에서 서로의 노력으로 뜻깊은 공적 장소와 공적 시간을 창출해 나가는 것, 그것이 방송이다'라는 사고방식이 만약 성립한다면, 취재자와 피취재자가 대립하지 않고 같은 철학을 바탕으로 방송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물론 권력은 별개입니다. 경찰이나 정치가 등 공적 입장에 있는 사람을 상대할 때는 도촬이나 전화 도청 등도 필요하다면 해야합니다. 그로 인해 고소를 걸어오면 당하면 되고, 재판을 해서 패소해도 됩니다. 그런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는 그래도 찍어야 할 것은 찍는 다는 각오가 필요합니다.)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p074-0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