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읽기 34 기타 2020. 2. 12. 16:47

추측해보면, 수확기를 놓쳐 버리면 스스로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시들고 썩어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아직 늦게 심은 1,500평 정도는 열심히 커가는 중이다. 누가 시도하지 않은 농사를 선택하면, 모든 것을 스스로 체험하며 배워야 한다. 그 체험은 실패의 색을 띠고 있지만, 언제든 다른색이 덧칠해질 수 있는 그런 하얀 도화지와도 같다. 그 경계를 확인해보니 않고서는 수확과 보관의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그 끝까지 가보는 것이 모든 새로운 작물 재배에 주어진 숙명과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나도 땅이었으면 좋겠다>p87

매일 읽기 33 기타 2020. 2. 12. 11:02

본래 만생이었던 것을 개량시켜 더 빨리 시장에 유통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조생이라고 판단되는데, 맛의 관점에서 보면 조생보다 만생이 더 깊은 맛을 가지고 있다. 조생은 그 자체의 맛보다는 그 비슷한 느낌의 가벼운 맛이라고 봐야한다. 반면 만생은 그 계절의 지니는 풍미를 한껏 담은 본래의 맛이라고 해야할 듯싶다.
<나도 땅이었으면 좋겠다>p83

매일 읽기 32 기타 2020. 2. 12. 10:52

당근을 뽑는 보조도구 '비창'이라는 장비를 미쳐 챙겨오지 못해 손으로 땅을 파며 당근을 뽑는다. 그런데 이놈의 당근들이 특공무술 익힌 특전사처럼 건강한 놈들이 줄줄이 나오는 것이었다. 이것이 흙당근의 힘, 땅속 저 아래로 뿌리를 깊이 뻗어나가 뿌리가 긴 놈은 족히 30cm는 될 만한 친구들도 많았다. 나는 저 당근의 깊은 목마름을 사랑하고, 그렇게 버텨낸 당근의 생이 참으로 좋다. 앞으로 당근에 상표를 붙인다면 '특공무술 당근'이라는 이름을 꼭 붙여보고 싶다.
<나도 땅이었으면 좋겠다>p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