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읽기 31 기타 2020. 2. 12. 10:44

하나의 종자의 성질을 알려면, 동일한 밭에 여러 종의 품종을 심어놓고 눈으로 모양과 당도 식감 등을 확인해야 한다. 농사에서는 1년 안에 무얼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가, 기온과 토양 기타 등등의 변수가 많아 3-4년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지독한 농부, 체코와 독일 산, 그리고 독일의 다른 품종, 국산 등을 다 확인했는데, 결론은 네덜란드 베조사의 콜리브리였다. 당도와 구형 발아율, 식감 등에서 독보적이다.
<나도 땅이었으면 좋겠다>p75

매일 읽기 30 기타 2020. 2. 12. 10:37

자본주의의 물결을 거스릴 수 없어, 당도가 검증된 맛있는 채소나 과일을 더 비싼 값에 판매해야 하는 현실이다. 하지만 그 '맛' 이 라는 것은 제철이 있고, 제철 중에서도 특별히 맛이 드는 시기가 있다. 그리고 친환경 혹은 자연농법이라는 것은 맛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농법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그 본래의 맛을, 달든 쓰든 간에 발현하려는 농법이다. 그래서 아주 맛있다라는 표현을 할 수가 없고, 그저 맛이 들었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나도 땅이 었으면 좋겠다>p71

매일 읽기 29 기타 2020. 2. 7. 22:23

성장을 끝내고 꽃을 피워 번식을 해야하는 작물들에게 겨울은, '조금 더 쉬었다 하자.' 하는 말과 같아서, 모든 성장을 멈추고 버티기와 견디기 모드로 전환된다. 이 지점에서 제주 농사의 '유리함' 이 시작된다. 일단 작물들이 버티기 모드로 들어가면, 생체 내의 모든 에너지를 생존으로 전환시키기 때문에 식물들은 몸속에 당을 축척한다. 달다는 말이다. 싱싱한 무를 밭에서 뽑아 바위에 깨서 한입을 베어 물면, 그 달달함이 입속에 퍼지는데 굳이 과일을 먹을 필요가 없다고 느껴질 정도다. 배추도 무도 당근도 콜라비고 모두 그런 원리로 달아진다.
<나도 땅이었으면 좋겠다>p65-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