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읽기 28 기타 2020. 2. 5. 21:48

'시골' 이란 말은, 할머니가 동구나무 밖에서 버스를 타고 오는 나를 기다리는 곳이 아니다. '농촌' 이란 곳도 벼가 익어가고, 벼를 벤 밭에서 조근조근 이삭을 줍는 곳이 더 이상 아니다. '시골' 이란 말은, 좁은 마을 안에서 누가 돈을 더 잘 벌고, 누가 더 힘이 세고, 누가 누구의 친척이고, 누가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누구를 어떻게 했다는, 그런 약육강식의 터전이다. '농촌' 이란 말은 1억 원짜리 트랙터들이 농로를 다니고, 10만 평 20만 평씩 재배하는 농가들과, 저 멀리 대관령 고냉지에서부터 충청도와 전라도를 돌고돌아 제주도까지 진출한 '노마드 상인 농주' 들이 많은 곳이란 말이다. 적어도 제주에선 그렇다. 오히려 소박한 뜻으로 시골로의 이전을 감행한 귀농인들이 더 시골스럽고, 더 농촌적이다.
<나도 땅이었으면 좋겠다> p64

매일 읽기 26 기타 2020. 2. 4. 13:37

그래서 농부가 잡초를 뽑는다는 것은, 잠시 동안 아주 잠깐만 너희들은 좀 피해 줄래? 말하는 것과 같다. 잡초는 죽이는 것이 아니라 뽑는 것이고, 그 잡초는 백만 년 동안 뽑아도 그 자리에 다시 날 것이다. 그래서 농사는 잠깐 잠깐 다른 식물에게 부탁하는 일이다.
<나도 땅이었으면 좋겠다>p61

매일 읽기 24 기타 2020. 2. 1. 17:27

그래서 적당한 비료를 뿌리고 호박을 심어서, 호박넝쿨이 무성하고, 줄기들이 뻗어나가려는 힘이 강한 밭은, 무얼 심어도 농사가 잘 되는 좋은 밭이다. 반면 호박의 본줄기가 잘 크지도 않고, 그런 상태에서 호박꽃이 피어, 겨우 넝쿨을 슬쩍 내미는 밭은 뭘해도 잘 안 되는 안 좋은 밭이다. 그래서 나는 내 농사의 밭 품질평가를 호박으로 한다.
<나도 땅이었으면 좋겠다> p54-55